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어 나의 삶을 물 위에 떠 있는 배에 비유하자면, 10대와 20대는 바다에 나 홀로 유유히 떠다니는 돛단배처럼 내가 굳이 힘써 노를 젓지 않아도 세상이라는 바람과 파도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30대에는 바람도 파도도 없는 잔잔한 호숫가에 떠 있는 배처럼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아니고 뒤로 후퇴하는 것도 아닌 제자리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방황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제 어느새 40대가 되니 이건 뭐 죽어라 노를 젓지 않으면 물살에 떠밀리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의 방황으로 인생 노젓기를 게을리한 탓일까. 하루하루 인생 노 젓느라 정신이 없다. 근데 이게 또 열심히 젓고 있기는 한데 이게 허공에다 노를 젓고 있는 건지, 제대로 물살을 가르며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나는 분명 열심히 젓고 있는 거 같긴 한데 왜 주변 풍경은 점점 더 내 눈앞에서 아득해지는 것 같고, 내 배는 왜 뒤로 떠밀리는 느낌이 드는 건지. 이럴 때면 누가 좀 내 배에 모터 좀 달아줬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노를 저을수록 단단해지는 내 팔과 다리를 보며 뿌듯해지기도 한다. 이제야 나의 인생을 내 의지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살이 점점 더 세지는 것 같아 잠시도 한눈팔 틈이 없지만 내가 열심히 노를 젓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보람도 느끼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노를 저을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것 같던 내 인생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가 헤엄치듯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어쩌면 나의 진짜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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