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지난여름 춘천 마라톤 풀코스로 자전거를 타보니 '자전거도 이렇게 힘든데 이 코스로 달라기를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ㅋㅋㅋ
2022.07.15 - [힐링투어] - 춘천마라톤 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다. (3만 원으로 즐기는 춘천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
춘천마라톤 코스를 자전거로 달리다. (3만원으로 즐기는 춘천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
얼마 전 춘천마라톤대회 사전접수가 있었다. 마라톤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인지 마라톤 풀 코스를 꼭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지만 항상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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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내 버킷리스트였던 마라톤 풀코스 도전인데 이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본 접수에서 42.195km 풀코스를 접수했다. 접수 비용이 생각보다 높았다. 8만 원 정도였나. 작년까지는 좀 더 저렴했다고 하던데...

그렇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마라톤 풀코스의 여정이 시작된다. 1년 동안 열심히 헬스장 러닝머신을 달렸는데 그래도 걷다 뛰다 하면 되겠지. 원래 무식할 때가 제일 용감한 법이다.

드디어 마라톤협회에서 선물을 보내왔다. 정말 받아보고 싶던 선물이다.ㅎㅎㅎ 접수 안내문과 내 번호 그리고 옷, 그리고 러닝 할 때 착용할 수 있는 폰 수납가방까지 주었다. 갑자기 설렌다.

번호를 달고 방에 가장 잘 보이는데 걸어두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그날까지. 하지만 10월 마라톤 뛰기 2~3주 동안 마라톤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인지 운동을 거의 못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마라톤 대회를 나갈 수나 있을지 걱정되었다.

드디어 마라톤의 아침이 밝았다. 마라톤 때문에 조퇴까지 하고 일찍 자려고 했건만 당최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잠은 안 오고 배는 고프고 해서 새벽 4시에 컵라면까지 먹고 밤을 새운 채로 마라톤 출발 지점인 춘천 공지천으로 갔다.ㅡ-ㅡ
막상 마라톤에 참가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꿈만 같았다. 밤을 새웠던 피로감이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만에 개최된 마라톤이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아진 느낌이다. 한동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걸 못 봐서 그런지 아니면 마라톤을 뛰기 위한 사람들의 열정 때문인지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참가한 마라톤이다 보니 여기저기 구경을 다녔다.ㅎㅎㅎ 여기저기 단체나 모임, 동호회에서 많이 참가한듯하다. 그저 신기했다. 다들 스트레칭도 하고 몸을 풀고 있었다. 좀 선선했지만 뛰기 시작하면 딱 좋을 날씨였다.
나는 긴팔셔츠와 긴 반바지에 마라톤 복장을 입고 있었기에 옷을 갈아입을 필요 없이 그대로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탈의실이 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미리 받았던 가방에 번호를 쓰고 내 짐을 맡겼다.
다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와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었다.

마라톤을 뛰고 난 후 메달과 기념품과 간식을 배부해 준다. 마라톤을 완주하지 않아도 다 준다. 그러니 꼭 받아가야 한다. 참가비용이 비싸니 간식이라도 많이 먹어야지.ㅋㅋㅋ 마라톤 뛰면서, 다 뛰고 나서 초코파이랑 바나나를 배부를 때까지 먹었다.

여기저기 포토존이 많았다. 다들 이 날을 기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포토존들에 줄이 너무 길어서 나는 그냥 구경만 했다.

대회장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몸을 풀고 출발지점에도 한번 가보았다. 여러 안내와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개그맨 배동성 씨가 사회를 보고 있었다. 마라톤 전문 사회자 같다.
드디어 출발이다. 이때가 가장 설렜던 것 같다. 드디어 20년 만에 이렇게 마라톤에 참가해 보는구나. 나는 풀코스 중에서도 F조였다. F조는 이번 마라톤에 처음 참가한 사람들이 있는 조다. F조에 지누션에 가수 션도 있었다. 출발할 때 분명 내 앞에 있었는데 어느새 멀찌감치 앞서가셨다.ㅋㅋㅋ
출발하는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짧게나마 동영상을 찍었다. 벌써부터 상의탈의를 하고 뛰시는 분이 있었다. 흰색 풍선을 매달고 뛰시는 분들이 페이스 메이커분들이 신데 각 조별로 계신다. 만약에 내가 F조인데 5시간 기록을 하고 싶다면 <F조 5:00> 이 풍선을 달고 뛰시는 분을 따라가면 된다.
춘천 마라톤 코스는 공지천 출발지점부터 의암댐까지의 길이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답다. 처음 마라톤을 뛰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계기도 조승우가 출연했던 영화 '말아톤'을 보고 그 풍경에 반해서 마라톤 참가의 꿈을 키웠었다. 백만 불짜리 다리~
내가 실제로 뛰어보니 정말 황홀했다. 밤을 새운 피로감도 잊고 자연을 느끼며 정말 상쾌하게 뛰었다. 의암댐까지는...
열심히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16km 지점에서 갑자기 허기가 졌다. 다른 분들은 미리 가져온 에너지젤을 드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에 편의점에 들러 초코바랑 에너지 드링크를 사 먹었다.
그리고 조금 걷다가 다시 뛰려니 다리가 갑자기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아직 반도 안 왔는데 벌써 이러면 어떡하지.ㅡㅡ

여차저차해서 신매대교 하프구간까지는 꾸역 구역 갔다.

그리고 하프 구간을 딱 통과하지 갑자기 배가 아팠다.ㅡㅡ 다행히 바로 앞에 주유소 화장실이 있어서 신세를 좀 졌다. 초코파이를 너무 많이 먹었나ㅋㅋㅋ

여기까지 너무 힘들어서 바닥만 보고 뛰었다. 아니 걸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보니 너무 아름다웠다. 인생에 한 번쯤 이런 경험도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라톤을 뛰며 보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그냥 자동차를 타고 슝~ 지나갈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인생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싶다.
너무 다리가 무거워서 포기하고 버스를 탈까도 잠시 고민했었다. 중간중간 버스가 돌아다니면서 그만 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도착지까지 가면 된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갑자기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아직도 뛰고 있니?" / "네~ㅋㅋㅋ" / "그래도 이왕 뛴 김에 끝까지는 뛰어야지"
어차피 끝까지는 가볼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빠 전화를 받으니 웃기기도 하면서 버스 탈 생각이 싹 사라졌다.ㅋㅋㅋ 인생은 참 타이밍이다. 버스 탈 생각을 잠깐 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 타이밍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으니ㅎㅎㅎ

춘천 마라톤 코스 39km 지점 소양 2교쯤 오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마치 영화 말아톤의 피날레 장면처럼 나 혼자 낭만에 취해 뛰었다. 비를 맞으며 뛰니 시원하기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 중에 절반은 뛰고 절반은 걸은 것 같다. 지금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ㅋㅋㅋ

꿈에 그리던 춘천 마라톤 풀코스 완주~!!! 내 인생에 특별한 날로 기억될 하루이다. 비록 기록은 엉망진창이지만.ㅋㅋㅋ 아마도 내 인생 마지막 마라톤 풀코스 도전이 될 듯하다.

오늘의 걸음수. 고생했어 내 다리야, 내 무릎아, 내 몸아, 덕분에 마라톤 잘 뛰었어. 다 니들 덕분이야. 고마워~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때쯤 우편이 와있었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힐링 추억이 생겨서 기분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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