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득 2018 평창 올림픽이 벌써 4년 전이었구나. 시간이 참 빨라 흘러갔구나를 느낀다. 그때 느꼈던 설렘과 추억들이 생각나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이 3~4달 남았을 즈음 2017년 가을, 나는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직장에서 10년, 20년 계속 일을 할 나 자신을 상상해 보니 우울한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하지만 직장 동료분들과 선배님들은 내가 퇴사하는 걸 말리셨다. 계속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온갖 협박과 설득에도 굴하지 않았다.
어느 날 과장님께서 그만두지 말고 머리 식힐 겸 동계올림픽 파견이나 갔다 오라고 하셨다. 올림픽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나는 고민 끝에 올림픽이 끝나면 퇴직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파견을 간다고 했다. 그렇게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추억은 시작되었다.
2017년 12월 26일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평창으로 갔다. 평창으로 가는 길은 올림픽 열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플래카드와 마스코트들이 많이 보였다. 그때의 설렘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창에 도착해서 올림픽 유니폼을 지급받고 파견 근무지인 횡계 차고지로 갔다. 내가 맡은 일은 차고지 관리. 솔직히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냥 너무 추웠다.
올림픽 기간 동안 근무자들이 일하는 곳에는 식당이 있었고, 위의 사진처럼 이런 식으로 배식을 해서 밥을 먹었다. 일회용기라서 좀 볼품없어 보였기에 언론과 SNS상에서는 비판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절대로 질이 떨어진 거나 하지 않았다.
2017년 12월 26일~29일
파견 나온 직원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솔직히 그 당시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긴 했다. 대충 올림픽 관련 차량들이 주차하는 주차장이 있는데 그 차고지를 관리하라는 것으로 이해했다.
차고지는 크게 평창 횡계와 강릉 차고지가 있었다. 횡계와 강릉으로 나뉘어 근무를 해야 하는데 횡계는 너무 횡~하고 삭막한 느낌이었다. 숙소도 수용소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너무 추웠다. 생각까지 얼려버리는 추위였다 제발 강릉으로 배치되었으면 했는데 다행히 강릉으로 가게 되었다.
2017년 12월 29일
강릉에 도착하니 완전 봄 날씨였다. 앞으로의 내 파견 근무도 봄처럼 따뜻할 것 같았다. 강릉역 옆에 강릉 차고지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가 있었다. 큰 천막 사무실이 몇 개가 있었고 아직 공사 중이었다. 이래갖고 올림픽 할 수 있으려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릉이 정말 좋았던 점은 답답한 마음이 들면 언제든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매일 보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내륙에만 살다 보니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광활한 겨울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 시원했다. 강릉에 있던 내내 힐링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듯하다.
2018년 1월 2일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강릉대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파견기간 동안 삶의 질이 가장 좋았을 때였다. 쾌적한 주거 환경과 업무에 대한 자율성. 이때가 제일 그립긴 하다. 다시 대학 생활로 돌아간 느낌 같았다. 학교 헬스장에서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가끔 바다도 보았다.
웬만큼 차고지의 모습이 갖춰져 갔다. 올림픽 차량들도 점점 더 채워졌다. 근데 이 많은 차는 누가 탈까?
온갖 종류의 새 차들이 있었다. 거의 일반 차량은 300대 정도 있었던 듯하다. 나중에는 올림픽 셔틀버스들이 가득 찼다. 아직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이라 여유로웠다.
저 뒤에 KTX 강릉역이 보인다. 강릉에서의 아름다웠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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